이강소 작가, 1973년 작 소멸 (사진= 김진부 기자)


대구미술관은 지난 22일 이강소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曲水之遊 : 실험은 계속된다" 오픈식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다. 이번 이강소 회고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곡수지유(曲水之遊)"

이강소 작가가 선택한 이번 회고전의 주제어 "곡수지유(曲水之遊)"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가기 전 시를 지으며 놀던 동양의 풍류에서 비롯된 말이다.

생각해 보면 "곡수지유(曲水之遊)"는 이강소 작가의 이번 대구미술관 회고전과 닮아 있다. 강이 굽이굽이 흘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 듯, 이강소 작가도 굽이굽이 돌아 60년 작가 인생의 회고전을 나고 자란 고향, 대구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강소 작가 (사진= 김진부 기자)


또한 대구의 낙동강과도 연결이 된다. 흐르는 물과 순간적 영감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아우르는 곡수지유는 이강소의 예술에서 낙동강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낙동강변은 그의 실험이 시작된 현장이자 예술적 원형을 품은 장소다.

"실험정신(實驗精神)"

이번 이강소 회고전의 두번째 키워드는 "실험정신(實驗精神)"이다. 1965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강소는 1969년 신체제(新體制)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아방가르드 협회), 에꼴드 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한마디로 실험정신이 투철했다.

특히 대구에서 1974년에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전국적 및 국제적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됐다. 이 시기의 실험정신은 회화, 조각, 판화 등 전통매체로 이어지며 한층 심화됐다.

이강소의 환영론(幻影論)
"지우고 되어지고, 변화하고"

필자는 이강소의 작품 세계를 환영론(幻影論)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강소 작가가 실제로 환영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지만, 그의 미학을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론(論)을 붙였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 (사진= 김진부 기자)


이강소의 미학은 서구의 개인주의, 자기중심주의와는 확연하게 다른 동양적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로부터 유래하는 표현주의는 자신을 표현하고 추상표현주의로 발전하고 신표현주의로 진화해 가지만, 이강소의 환영론은 본질적 진리를 부정하고 변화와 그림자를 기반으로 무(無)를 추구한다.

따라서 이강소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운다'.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되어진다' 일례로 그의 일명 '던지는 조각'은 손으로 만들어지는 조각이 아니라 우연히 되어지는 조각이다. 작가의 의도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강소 작가의 무제 1975-31 (사진= 김진부 기자)


얼마전 타데우스 로팍 파리 마레에서 50년 만에 다시 재현한 일명 '닭 퍼포먼스' '무제 1975-31'(제9회 파리비엔날레 출품, 1975년)도 닭을 중심에 두면서 정작 작가 자신은 지운다. 그의 환영론에 입각해 보면 작가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작가는 자신을 지운다. 모든 것이 환영이라고 언급하는 이강소는 '작가가 무슨 작업을 하든 관람객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는 환영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관람자의 환영 속에 작가는 없다.

이번 회고전에 대해 이강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작품은 제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순간마다 관객과 만나며 새롭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ART&BIZ=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