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이미지: 노은님, 〈두나무 잎사귀 사람들〉, 한지에 혼합재료, 1986, 215 x 280 cm (사진= 현대화랑)


올해 55주년을 맞은 현대화랑(갤러리현대)은 1970년 간호보조원 모집공고를 보고 독일로 떠난 지 55주년이 되는 재독화가 노은님(1946~2022)의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를 10월 15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개최한다.

55+55+55, 그리고 10월 18일

따라서 필자는 전시 오픈 하루 전인 14일 현대화랑으로 향했다. 마침 故 노은님 작가가 생전에 아들처럼 여겼던 권준성 관장(노은님 아카이브)이 참석해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권준성 관장은 1970년 생으로 올해 만 55세다. 55주년 현대화랑에서 독일로 이주한 지 55주년된 고 노은님의 회고전 설명을 55세인 권준성 관장을 통해 들은 셈이다.

이번 노은님 회고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의 소장품이다. 2022년 10월 18일에 작고한 노은님 작가의 3주기 전시를 현대화랑에서 하고 싶다는 박명자 회장의 뜻도 담았다. 따라서 이번 회고전과 관련해 10월 18일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 될 듯 싶다.

재독작가 노은님은 특별히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갤러리현대, 서울(2011, 2009, 2007, 2004, 1998, 1992), 원화랑(1996, 1991, 1986), 가나아트(2023, 2022, 2021, 2020)에서 여러번 전시를 했지만 말이다. 따라서 작가에 대한 소개를 먼저하면 다음과 같다.

노은님 작가 소개

간단하게 소개하면, 194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노은님은 1970년 간호보조원 모집공고를 보고 독일로 건너간 후 그의 재능을 알아 본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1973년 국립 함부르크미술대학에 입학하여 회화를 전공하고,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활발히 전시했으며, 1984년에는 백남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평화를 위한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199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함부르크 미술대학(HFBK)의 정교수로 임명되었으며, 2019년 독일 미헬슈타트 오덴발트미술관에는 그를 기리는 영구 전시관이 개설되었다.

1982년, 독일 작가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함부르크 예술 후원금과 본 시립 쿤스트폰즈상을 동시에 수상하였고,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함부르크의 알토나 성 요하니스교회에는 480장으로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영구 설치되어 있다. 당시 동양 출신 작가가 유럽의 유서 깊은 문화재에 작품을 영구히 설치한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번 노은님 회고전 소개

현대화랑에서 15일 오픈하는 회고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1992년 《노은님 展》을 시작으로 2015년 《내게 긴 두 팔이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안아주고 싶다》 이후, 10년 만에 현대화랑과 함께하는 이번 개인전은 노은님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1990년대의 평면 작업 20여 점을 통해 ‘생명의 즉흥시’라고 불렸던 그의 작업 세계의 핵심을 살핀다.

특히 새, 고양이, 물고기, 호랑이, 오리 등의 대상을 간결한 점과 선, 강렬한 색채의 필치로 담아내어 자연과 생명을 생동하는 시로 담아낸 작가의 3 x 3 m에 가까운 대작을 다수 공개한다.

노은님은 회화뿐 아니라 설치와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유롭고 생명력 넘치는 작업 세계를 펼쳤다.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를 연결하는 그의 화면에는 생명력 넘치는 힘과 시가 넘친다. 그는 무한한 자연과 생명의 흔적을 화면에 끊임없이 펼치며 특유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창조하였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나 물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새, 초승달 모양의 배를 타고 유영하는 인물 등 자유롭게 표현된 화면은 화가가 무엇을 그리겠다는 의도가 아닌, 꾸밈이 없는 무의식의 상태에 도달하여 자연스럽게 펼친 것이다. 즉, 예술가로 타고난 화가 자신의 존재 본질과 무의식적으로 창조된 생명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형상들이다.

(아트앤비즈=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