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
〈Mother and Child〉
2007
Colored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4.1 x 20.3 cm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SACK, Korea)
사진: Christopher Burk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K3와 한옥에서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애 후반의 20여 년에 걸쳐 작업한 조각 및 드로잉들을 엄선하여 조명한다. 전시 제목은 작가의 글에서 가져온 문구로, 아이를 품에 안아 달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지닌 안정감과 친밀함을 상징하며 정서적 평안의 상태를 환기한다.
K3에서는 직물 작업과 드로잉이 전시장 네 벽을 둘러싸며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붉은 과슈를 사용해 두 손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장면을 다양하게 변주한 연작 〈10 AM Is When You Come To Me〉(2006)는 오랜 시간 부르주아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제리 고로보이(Jerry Gorovoy)와의 관계를 악보처럼 시각화한 작품이다.
직물 연작인 〈Hours of the Day〉(2006)는 매 시각의 시계 화면과 작가의 글에서 발췌한 텍스트를 병치하여 시간과 기억, 그리고 감정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다. 이어 벽면의 하단에는 자화상, 연인, 어머니와 아이, 이상적인 어머니상, 가정, 풍경, 나선 등 작가가 생애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탐구했던 모티프를 전면화한 과슈와 수채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세 점의 주요 조각 작품이 자리한다. 〈Untitled (No. 5)〉(1998)는 작가와 고로보이의 포개어진 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가가 살결과 유사하여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는 분홍색 대리석을 사용해 두 사람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기념비적으로 구현한다.
〈Fountain〉(1999)에서는 두 개의 나선형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데, 두 언덕은 무한을 상징하는 숫자 ‘8’의 형태를 이루는 한편,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줄기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The Couple〉(2007–2009)은 여성의 머리에서 뻗어 나온 나선형 구조 속에 남성과 여성이 포개어져 공중에 매달린 모습으로, 두 사람은 다시는 분리되지 않을 것처럼 밀착하여 서로를 끌어안은 채 강렬한 결합의 순간을 시각화한다.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
〈The Couple〉
2007–2009
Cast and polished aluminum, hanging piece
154.9 x 76.2 x 66 cm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SACK, Korea)
사진: Christopher Burk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는 1994년에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공개된 커피 필터 드로잉이 소개된다. 커피 필터 위에 그린 이 드로잉들은 부르주아의 작업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원형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연상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부르주아의 작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과도 같이, 이 작품군에서 두드러지는 도상 역시 추상적 형상과 유기적인 형태 사이를 유영한다. 생체적 이미지와 얼룩은 자연이나 풍경을 연상시키는 반면,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기하학적 형태와 그래픽적 요소는 원형적 구성들이 그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어 나가며 서로 겹쳐지는 구도가 반복되던 2000년대의 직물 드로잉 연작을 예견하기도 한다. 커피 필터라는 일상적이고도 가내적인 용품을 캔버스로 삼음으로써, 작품은 마치 일기장과 같은 사적이고도 실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 소개
루이즈 부르주아(1911년 파리에서 출생, 2010년 뉴욕에서 사망)는 지난 세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70여 년에 걸쳐 조각가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이외에도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했다. 시적인 드로잉에서부터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 불안을 물리적으로 구현해내곤 했다. 특히 기억, 사랑, 두려움, 유기 등이 그의 복잡하고도 영명 높은 작업 세계의 핵심이다. 세계 유수한 기관들이 부르주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미술관,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 대만 타이베이 푸본 미술관 등에서 작가의 대규모 전시가 개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