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개인전으로 《최재은: 약속 (Where Beings Be)을 개최한다. 최재은(1953년생)은 조각, 영상, 설치, 건축 등 다양한 매체와 영역을 아우르며 다층적인 시공간 속에서 생명과 자연의 관 계를 독창적으로 조명해 온 작가이다.

"루시"최재은 - 약속(Where Beings Be)전시 (서울시립미술관 ;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그의 국내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대표작과 최신작을 통해 작가의 사유와 실천의 궤적을 심도 깊게 조망한다. 전시는 ‘루시’, ‘경종’, ‘소우주’, ‘미명’, ‘자연국가’라는 다섯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인류의 기원에서 오늘날의 생태 위기까지를 하나의 시간 축으로 연결한다. 인류 화석에서 출발한 ‘루시’는 인간만이 아닌 다종의 존재가 함께 축적해 온 시간을 환기하고, 실시간 해수면 온도 데이터와 바다 이미지를 결합한 ‘경종’은 기후 위기를 감각적 현실로 드러내며 자연이 보내는 무언의 신호에 귀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최재은- 약속(Where Beings Be) 전시전경 ©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시선을 미시 세계로 확장해 이름 없이 존재해 온 생명들을 호출한다. 들꽃과 들풀, 땅속에서 순환해 온 종이와 돌의 시간은 ‘소우주’와 ‘미명’에서 하나의 생태적 문장으로 엮이며, 사라진 생명의 이름을 부르는 작업은 애도이자 윤리적 호명으로 작동한다.

최재은 ‘약속’ 전시장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미명(微名) 주제관 560여점의 들풀, 들꽃. (사진=아트앤 비즈)

DMZ를 다루는 ‘자연국가’는 분단의 경계를 넘어 자연이 지배하는 공간을 상상하며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관람객이 참여하는 ‘종자볼 프로젝트’는 작은 행위가 세계와 맺는 관계를 몸으로 묻는다. 《최재은: 약속》은 예술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다시 책임질 것인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질문하는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최재은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ART&BIZ= 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