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출판계의 ‘통합의 리더십’을 촉구합니다"...서명 발표, 출판계의 거대한 함성 (사진 제작= 김진부 기자)
지금 한국 출판계는 거대한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밖으로는 유례없는 독서율 저하와 스마트 미디어의 범람이 책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각자도생’이라는 이름 아래 파편화되어,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독서 인구는 줄고, 서점은 문을 닫으며, 현장의 인력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미디어와 정책의 관심이 영상, 음악, 게임, AI에 쏠려 있는 사이, 출판과 책에 대한 정부의 예산과 행정적 관심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K-콘텐츠의 원천은 출판’이라는 말이 구호로만 소비되는 지금,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더욱 뼈아픈 것은 우리의 내부 모습입니다.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할 출판계가 최근 안타깝게도 ‘불통과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우리는 고백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혜를 모으기보다, 목소리는 제각기 흩어져 있을 뿐 하나의 힘 있는 요구로 모이지 못했습니다.
출판계 전체를 대표해 책임 있게 말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은 오히려 희미해졌습니다. 갈라진 목소리 때문에 출판계 전체의 교섭력은 반감되었으며, 서점과 도서관, 작가와 시민사회 등 출판 생태계의 각 영역과의 소통과 연대의 노력도 약화되었습니다.
지금 이때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입니다. 그것은 단지 사람을 많이 모으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와 목소리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조정하며, 출판 전체의 공동 이익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특정 세력이나 일부 회원만을 위한 리더십이 아니라, 규모와 장르, 지역과 세대를 넘어 ‘출판을 업으로 삼고 사는 모든 사람’을 향해 열려 있는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종이책의 가치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AI 전환과 IP 확장, 글로벌 유통과 저작권 시장의 변화를 앞장서 준비하는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출판 현장의 산적한 현안들을 ‘각자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계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의제’로 묶어내는 리더십이 지금 필요합니다.
내년 초 출판계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내년 초 출판계 리더십의 교체를 두고, 출판계의 기대와 우려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로운 출발점 앞에서 우리 출판인들은 무엇이 지금 필요한 리더십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독단과 반목의 시대와 결별하고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기회여야 합니다. 새로운 대립과 분열을 만드는 선거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출판단체장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첫째, 경청과 화합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합니다. 출판 단체 간의 소통과 출판 정책의 수립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불통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둘째, 각자도생을 넘어 연대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플랫폼의 독점, 저작권 이슈, 서울국제도서전 문제 등 개별 출판사가 감당하기 힘든 거대 의제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파편화된 대응을 멈추고 업계 전체의 이익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통합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셋째, 과거의 관습과 결별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통합의 리더십은 단순히 갈등을 봉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독자를 다시 불러모을 수 있는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창조적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지금이야말로 출판이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우리는 출판의 가치를 설명하고 권리를 요구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지금 출판계에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분열을 통합으로, 반목을 화합으로,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출판계를 공동의 전선으로 단합시킬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우리 출판계에는 이런 시대적 과제를 짊어지고 함께 나갈 리더, 화합과 균형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리 출판인들은 방관과 시비를 넘어 새로운 리더십을 추동하고 요구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출판 생태계 전체와 소통하면서 출판의 미래를 이끌고 갈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촉구하고 지지하고자 합니다.
2025년 12월 2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나춘호(예림당회장, 전 회장), 이정일(일진사, 전 회장), 고영수(청림출판, 전 회장), 박종관(한국삐아제, 전 부회장)
[출판도시문화재단] 고영은(뜨인돌, 전 이사장), 강성민(글항아리, 현 이사장),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한정희(경인문화사, 현 이사장),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 김승기(생능, 전 회장), [학습자료협회] 유정묵(한서출판사,현 회장),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성석경( 원교재사, 전 회장), [한국그림책출판협회] 김구경(고래뱃속, 현회장)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이승하(전 회장), 박종태(현 회장), [한국아동출판협회] 조은상(영교, 전 회장), 이병수(아람북스, 현 회장), [한국인문출판협의회] 김영환(다운샘, 전 회장), 하운근(학고방, 전 회장), 윤관백(선인, 전 회장)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윤청광(동국출판사, 전 이사장), 김종수(한울, 전 이사장), 김철미(백산서당, 현 이사장), [한국출판인회의] 한철희(돌베개, 전 회장), 이정원(들녁, 전 회장), 김학원(휴머니스트, 전 회장), 김태헌(한빛미디어, 전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현 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권혁재(학연문화사, 전 이사장), 주정관(북스토리, 현 이사장), [한국학술출판협회] 강희일(다산, 전 회장), 주병오(지구문화사, 전 회장), 진욱상(백산, 전 회장), 김진환(학지사, 전 회장), 한봉숙(푸른사상사, 전 회장), 박찬익(박이정, 현 회장), [통합 리더십 추진 모임] 김태웅(동양북스, 간사)
“본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의 연명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오니, 출판인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아트앤비즈=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