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b. 1935)〈내 영혼의 노래 2006-145〉2006
Oil on canvas70 x 10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파리(Art Basel Paris) 2025’에 참가한다.
전 세계 41개국 206개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메인 섹터 ‘갤러리즈(Galeries)’를 필두로 신흥 갤러리들과 신예 작가들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이머전스(Emergence),’ 기존의 미술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업을 소개하는 ‘프레미스(Premise)’까지 총 세 개의 섹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도 도시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파리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예술 현장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재은(b. 1953)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2024
Pressed flowers on 15 urushi lacquered wood panel, framed
15 pieces, 31 x 22.6 x 3 cm each panel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전병철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첫 해부터 한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아트 바젤 파리에 꾸준히 참가해온 국제갤러리는 ‘갤러리즈’ 섹터 내 부스에서 한국 여성작가 및 해외 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회화 〈내 영혼의 노래 2006-145〉(2006)는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합일(合一)’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영원한 삶의 나눔과 생명력의 본질을 자유분방한 색상, 선, 면, 그리고 특유의 재질로 표현한다.
현재 교토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인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2024)는 작가가 길가에서 만난 들꽃들을 액자화하고 각각의 이름을 적어둔 작업으로, 각 존재를 호명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이치와 순환을 되새긴다. 작가는 올 12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함경아의 자수 회화 〈부유하는 신비의 니꼴린, Detail From SMS Series 07〉(2018–2019)도 함께 전시된다. 문자메시지로 의사 소통하는 현대인들의 양상을 빗댄 〈SMS〉 연작 중 하나로, 다채로운 표면 속에 영문 단어, 남한의 유행어, 케이팝 가사 등을 디자인적으로 숨긴 추상 도안을 북한 공예가들에게 전달하여 금기시된 소통을 시도한 작품이다.
양혜규(b. 1971)
〈유선 더듬이와 양안 뷰잉 – 신용양호자 #370〉
2018
Various security envelopes, graph paper, laser prints,
self-adhesive holographic and reflective vinyl film, mounted on alu-dibond,
framed, self-adhesive holographic and digitally color printed vinyl film
2 parts, 29.2 x 29.2 cm; 57.2 x 57.2 cm
Courtesy of Kukje Gallery
사진: © 양혜규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가 양혜규는 편지 봉투 속 보안 무늬에 주목하여 다양한 패턴을 추상적으로 구성한 콜라주 작업 〈유선 더듬이와 양안 뷰잉 – 신용양호자 #370〉(2018)을 선보인다. 양혜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 St. Louis)에서 《양혜규: 의사擬似-하트랜드(Haegue Yang: Quasi-Heartland)》를, 스위스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에서 순회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을 개최 중이다.
박진아의 〈돌과 설명서 02〉(2023)는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단체전에 참여한 당시 사전 답사를 위해 방문한 미술관에서 포착한 장면들로 구성한 작업으로, 백스테이지의 일상적 순간을 회화로 해석하는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강서경의 〈모라 210 × 163 #05〉(2021–2022)는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뜻하는 개념 ‘모라’에 착안한 작품이다. 실크에 과슈와 먹을 칠해 구현된 추상적 화면은 축적되는 시간성과 서사를 담고 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Lisa Lyon〉
1982
Silver gelatin
50.8 x 40.6 cm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편 부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도 소개한다.
미국 현대 사진의 거장이자 시대적 아이콘이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Lisa Lyon〉(1982)은 리사 라이언(Lisa Lyon)의 단련된 신체를 통해 힘과 미의 새로운 균형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젠더 규범을 전복하는 실험적 시선을 제시한다.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Precious Stonewall〉(2024)은 인도에서 제작된 유리 벽돌로 구성되어 벽면에 설치될 예정이다. 오토니엘은 현재 프랑스 아비뇽에서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시적이고 상징적인 조형 세계를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OTHONIEL COSMOS or the Ghosts of Love)》을 개최 중이다.
다니엘 보이드(b. 1982)
〈Untitled (MHMLW)〉
2025
Oil, acrylic, charcoal and archival glue
122 x 12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올 12월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개인전을 앞둔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신작 〈Untitled (MHMLW)〉(2025)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 특유의 점묘법으로 형성된 렌즈 속 ‘교묘한 손놀림(sleight of hand)’은 서구 중심 역사관의 이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사물이 제작, 인식, 보존되는 역학을 규정하는 제도 기관의 관행 및 분류체계를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은 〈Signal (MAK Center 10/19/23-01/27/24)〉(2024)를 선보인다. 미술 기관에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습기를 역으로 이용한 이 작품은 전시장의 환경적 요소를 반영함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활력을 추상적으로 그려낸다. 최근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상인 2025년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가는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을 진행 중이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b. 1986)
〈The sun of consciousness〉
2025
Acrylic polymer on metallic foil on bleached denim on inkjet print on canvas
101.6 x 88.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태국의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역사 회화〉 연작 중 하나인 〈The sun of consciousness〉(2025)도 소개된다. 청바지가 상징하는 서양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고찰하며 캔버스 위에 불에 타고 남은 표백된 청바지, 회화가 불에 연소되는 동안 촬영한 이미지 등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린 작업이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 디종의 르 콩소르시움(Le Consortium)에서 대규모 개인전 《The Blood of the Earth》를 개최 중이다. 마지막으로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Masculinity〉(2023)는 일상 속 익숙한 사물에 남성성, 퀴어, 그리고 소속감 등을 담아내면서 기존의 관념 및 관습을 재치 있게 비튼다.
(아트앤비즈= 김진부 기자)